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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이 이야기

일본 생활을 정리하며..

혈이 2019. 1. 6. 20:42

내일이면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간다. 12년이나 있었다. 

일본 생활을 정리하는 것은 후련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히 크다. 

불안감은 넣어두고 일본에서 12년을 되돌아 보려고 한다. 


벌써 12년... 왜 이렇게 오래 있었나..


원래 일본에 오면서 생각했던 기간은 5년에서 최대 10년을 내다봤다. 

처음 일본에 올때에는 해외 경험을 해줄 수 있는 하나의 경유지라고 생각했고, 

돈을 모으고 영어도 공부해서 미국 MBA 유학갈 생각이었다.


세상만사 뜻대로 되면 좋으련만, 제대로 된 건 별로 없었다. 

먼저 영어 공부 하나도 못했다. 물론 처음 2년이야 일본어 공부를 전력으로 했지만, 그 이후에 시간이 있음에도 전혀 안했다. 

원래 언어를 공부로 못하는 타입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토플정도는 해 놨으면 좋으련만, 에휴..


원래 몸을 혹사하는 편이긴 하지만 잘 자는거 빼고는 나름 잘 관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 

IgA신증이라고 진단을 받았고 이것 때문에 근 3년을 검사 등 치료를 받았다. 


신장 외에도 몸이 너무 안 좋았다. 피로가 항상 쌓여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한때는 방이 쓰레기장이 될 정도로 청소도 안 했다. 

몸이 너무 안 좋으니 우울증도 왔다. 빨리 일본 생활 정리하고 미국가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더욱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혼자서 개선해 보려고 운동을 하면 며칠동안 앓아 누었다. 이건 혼자서 개선을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신장 치료받고, 마자시(카이로프랙틱)을 매주 받고 하다보니 조금씩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어, 한 1년동안 운동도 하고, 살도 좀 뺐다.


하지만, 치료후에 신장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몸은 다시 안 좋아지고 있다. 그만두기 몇개월 전부터는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운동도 그만뒀다. 

회사 일 정리하고 미국 갈 준비까지는 했지만, 몸이 안 좋은 건 여전히 남아 있다. 



안정되게 살기에는 좋은 일본. 하지만...


일본 오래살면서 느끼지만, 안정되게 살기는 좋다. 

이 말은, 수입이 있고 살 집이 있으면 살기 좋다는 얘기이다. 

근데, 무언가를 하려면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돈, 시간, 정보, 노력, 절차... 뭐든 느리다. 

처음 와서 인터넷 설치하려는데 2~3주 걸렸던 게 생각난다. 은행을 가더라도 간단한 업무도 30분이 넘어간다. 

그래도 그런건 기다릴 수 있다. 


문제는 정리할 때이다. 바로 정리해야 하는데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제한 조건도 너무 많다.  

특히 대형 쓰레기 들을 버릴때가 참 애매하다. 업자를 불러도 제한 조건이 생긴다. 돈도 너무 많이 들고.

NHK수신료 해약 할 때에는, 전화해서 해약 서류 보내달라고 하는데, 텔레비전을 처분 하기 전에는 안 된단다. 

해약 서류 보내는 거 자체도 처분을 다 하고 난 이후에 전화를 다시 해서 서류 받아서 우편으로 처리를 해야 한다. 참 개떡같다. 



비효율의 극치. 전체적으로도 늘어지는 느낌


처음 2년을 계약직으로 히타지정보에서 SI로 일했고, 9년 넘게 테크토블러드(넷카페 솔루션/서비스 회사)에서 SE로 일했다. 

일본에서 일하다 보면 느끼는 것은 한국하고 비교해 봤을 때 스피디감이 떨어지는 건 물론, 비효율적인 것이 너무 많았다. 

전체적으로 시스템화가 안되어 있는 부분이라든지, 너무 문서나 팩스 전화 등에 의존하는 형식이라든지, 

기존의 매뉴얼 대로만 움직일려고 한다든지. 


그것도 그럴것이, 한국이랑 비교하면 전체적인 IT 레벨이 너무 떨어진다. 이건 도입되어 있는 시스템 문제 뿐만 아니라 사람들 수준들도 그렇다. 

신입이나 경험자 뽑았음에도 키보드도 못 치는 애들도 있고, 시스템이 부족해서 많은 업무들이 메일이나 전화로 이루어진다. 

업부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비효율적이다 보니, 조금만 효율적으로 움직여도 대충 일하면서 놀 수 있다. 

재미있는 건 그런걸 못하는 애들이 수두룩 하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잘해도 막 잘하는 줄 알고, 열심히만 할려고만 한다.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업무 자체는 힘들게 하진 않는다. 다른거에 스트레스 받거나 힘든 경우는 있어도. 

그러다보니 일본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한국에 돌아가는 걸 싫어하거나 또는 돌아가고 나서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일본에서 적당히 일하고 고임금을 받았는데, 한국에선 그게 안되니 힘들어하는 거다. 

전체적으로 늘어져 있는 느낌이다. 물론 개중에는 뛰어나고 스피드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한국과 비교해서 엄청 늘어져 있고, 비효율적이다. 



다시 일본에 올 일이 있을까?


지금 대답은 관광외에는 없다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내가 한국 사람이니깐 한국이 더 편한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한국이 확실히 더 편한것 같다. 

물론 세입자일 때 한국에서는 좀 안 좋은 일이 많지만, 그 외에 부분 생각하면 일본에서 다시 살라고 하면 싫을 것 같다. 


전에 한국와 일본을 왔다갔다 했을 때는 일본이 좀 우중충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렇게 크게 못 느꼈는데,

제작년 하와이 갔다오고 와서 확실하게 느꼈다. 일본 자체가 회색이였다는 걸.

실제 날씨도 하늘도 서울과 비교하면 도쿄가 훨씬 깨끗하고 좋다. 근데도 회색이라는 것이다. 오염도를 얘기하는게 아니다. 

내가 느끼는게 도쿄는 우울한 회색이다. 나는 이 말을 아무한테도 안 했는데,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 본 적이 있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라는 거다. 


뭔가 죽어가는 느낌, 우울하고 정체된 느낌. 거기에 나도 휘말려든 느낌이다. 


근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만, 한국에서 다시 취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개인 사업을 할 예정이지만, 그게 실패하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나이도 있고, 실력도 없고.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지 막막한 이유가 이것이다. 



일본을 떠나는 건 후련하다. 하지만 내 미래는 암담하다. 

솔직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 걱정하는게 싫어 더이상 살기 싫기도 하다. 그렇다고 자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요새들어 죽지 못해 한다는 말을 절감한다. 그런거에치면 난 너무 자유분방 한 편이지만. ㅎㅎ

일단은 이 우울한 일본에서 탈출하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가진 걸 다 내려놓으려고 한다. 

그러면 뭔가 다른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내 미래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냥 나아가다보면 뭐 어떻게 되지 않을가 하는 이제까지의 막연한 느낌으로 그냥 나아가려고 한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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