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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으로 갔기를 바라며..

혈이 2017. 11. 26. 22:13

맨션 1층에 살던 길 노랑태비 고양이가 무지개다리 건넌것 같다.


몇년 전 처음에 동네에서 났을 때, 통조림 하나 주니깐 동네에 자리 잡기 시작하더니, 울음도 크고 성격도 드세 영역 싸움하면서 다른 고양이 다 쫓아내버려 내가 몇번 위협했더니 그 이후로 나 무서워하면서 하악대던 아이.


그 후로 울 맨션 1층에 살던 삼색이랑 짝 먹어서 완전히 눌러살았다. 1층에 맨션 주인이 사는데 고양이들을 위해 집도 마련해주고, 사료도 챙겨줘 길고양이지만 나름 편하게 지냈다. 오랜 기간 살 면서 날 보면 항상 하악질했지만, 내가 눈인사도 열심히 하고 가끔 통조림도 줘니 조금씩 마음을 열더니 작년부터 다가오기 시작했고, 삼색이가 무지개다리는 건너자 나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 후부터는 가끔씩 볼 때마다 만져달라고 온 몸으로 부비부비 하고, 쓰다듬어주면 골골하며 꾹꾹이도 했다. 요 두달간은 거의 매일 날 기다려줬고, 코 뽀뽀도 해주고 상당히 적극적이였고, 엄청난 양의 털과 바로 집에 못 들어가는 귀찮음에 행복한 불만을 느꼈다.


일주일 전쯤 평소와 전혀 다른게 없었지만, 그냥 고양이 몸이 안 좋은 걸 느꼈졌다. 감기라도 걸린걸까? 그 다음날도 별 탈 없이 날 반겨줘서 별일 없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안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가끔씩가다 안 보인 적도 많으니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고양이 집 앞에 꽃이 장식돼 있는걸 발견했다. 그리고 오늘 가서 보니 집 안에 사진이 놓여저 있고 그 앞에 꽃 그리고 사료를 놓여져 있었다. 아마 주인집이 갖다 놓았을 것이다.


의외로 덤덤했다. 슬음은 느겼지만 울음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좀 아쉬웠다. 이름도 못 지어줬고, 사진도 못 찍었고, 몸이 안 좋은 걸 느꼈을 때 좀 더 잘해줄껄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를 언제나 반겨주던 그 아이가 없다는 걸 생각하니 매일 집에 들어갈 때마다 아쉬울 것 같다. 좋은 곳으로 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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